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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미 마코토 - 어리석은 자의 독(줄거리/리뷰)

by E.van


I. 평점
추리로서는 완벽하지 않으나 소설로서는 감동을 준 작품. 추리소설보다는 휴먼 드라마 소설에 가깝다.
평점 : 4.5/5.0

II. 줄거리
요양센터에 거주하는 한 노인 여성의 회상과 현재, 50년간을 오가는 작품이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이 여성은 속죄를 해야한다며 무릎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받지 않고 죽음을 기다린다. '하코'는 빚쟁이 동생 일가가 분신자살한 후 실어증에 걸린 조카를 갑자기 떠맡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빚쟁이들이 찾아와 있던 가게마저 정리하고, 어머니는 죽는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는 '기미'라는 여자를 만난다. 신기하게도 생일이 같았던 그녀들은 직업 소개소에서 직원의 실수로 친해지게 되었다. 서로의 사정은 묻지 않았지만 그녀들은 많은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코는 기미에게서 시골 부호의 가정부 자리를 소개받게 된다. 당시 실어증 아이가 딸린 나이 있는 여자를 받아주는 곳은 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데..

III. 리뷰
생일도 같은 두 불행한 여자의 기구한 운명을 다루고 있다. 일본 문학임에도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 소설을 보는 거 같은 느낌이다. 등장인물들의 악행을 이해해줄 수 밖에 없는 사연을 읽다보면 나까지 정서적으로 지치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이입하기 쉬우면서도 건조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계속 "안돼!! ㅠㅠ"를 외치면서 읽게 되는 작품.

죄의식, 업보, 운명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 끊임없이 동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선생이 제시하는 "어리석은 자의 독"을 꿋꿋이 품고 살아가는 인물들은 대단하다고 볼 수도 있다.

가슴속에 독을 품으십시오. 어중간한 현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아가는 어리석은 자야말로 그 독을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리석은 자의 독입니다.

자연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 그러나 어떤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약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자유 의지란 사람을 해할 수 있기도, 한 사람을 구원해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란 것 아닐까. 그 독이야말로 인물들에게 주어진 기구한 굴레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고.

본격 추리소설은 아닌데 50년 전의 구조가 나쁘지 않아서 미스터리로는 재밌었다. 다만 마지막 트릭은 개연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

강추. 추리소설이 취향이 아닌 사람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영상화하긴 힘들 거 같은데 잘 만들면 대작될 거 같음..

결이 비슷한 작품으로는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야마다 무네키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다 괜찮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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